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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루다가 쓰는 발췌록... 삶의 아주 작은 순간이라도 무심히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그 순간을 꼭 붙들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쉽지 않을 수는 있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우주가 보낸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때 뭐라도 해야 한다. 한 통의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는 것. 무거운 몸을 일으켜 문밖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 또는 세계 밖으로 나가거나. 숲을 걷는 일은 원래 좋아했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색이, 소리가, 냄새가, 바람이, 다르게 다가온다. 나무 그늘을 비집고 들어온 빛이 명랑하게 춤을 춘다. 바람 불 때마다 배를 뒤집는 잎이 못 견디게 귀엽다. 새들이 숨어서 예쁘게 노래한다. 숲이 달콤한 숨결을 내뿜기라도 한 것처럼 기분..
언젠가 본 꺼거의 영어 인터뷰 영상에 달린 어느 팬의 댓글이 생각난다. “나도 30년 일찍 태어나서 영어 공부 좀 할걸….” p.95 우리는 오늘도 각자의 방식으로 꺼거를 기억한다. 그가 있었던 순간에도, 그가 떠나고 없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옛 추억을 되새기며 찬란하고 뜨거웠던 젊음의 열정을 기억하고, 누군가는 그 누군가의 옛 추억을 동경하며 또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간다. p.163 그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자신을 사랑하는 삶, ‘颜色不一样的烟火(색깔이 다른 불꽃)’가 되어. p.165
우리는 헤어지지 않아.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를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아. p.145 그의 작품은 한 패션 디자이너의 작업을 훌쩍 뛰어넘어, 한 명의 대등한 예술가에 의해 창조된 작품으로, 여성을 변모시키기 위해 사회적 영역으로 침투하여 당대를 놀라게 한 작품으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p.150 마지막 순간에는 수많은 사회적 수식어를 떼어낸, 단지 오랜 연인을 잃은 뒤 빈집에 남은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 그를 통해, 나는 완결된 한 사랑의 모습을 본다. 그것은 결코 완벽하지도 온전하지도 않지만, 어쩐지 그래서 더 눈길이 간다. 그리고 영원히 누군가의 연인으로 기억되는 삶에, 오랫동안 생각이 머문다. p.158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