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다가 쓰는 발췌록...
삶의 아주 작은 순간이라도 무심히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그 순간을 꼭 붙들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쉽지 않을 수는 있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우주가 보낸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때 뭐라도 해야 한다.
한 통의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는 것. 무거운 몸을 일으켜 문밖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
또는 세계 밖으로 나가거나.
숲을 걷는 일은 원래 좋아했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색이, 소리가, 냄새가, 바람이, 다르게 다가온다.
나무 그늘을 비집고 들어온 빛이 명랑하게 춤을 춘다. 바람 불 때마다 배를 뒤집는 잎이 못 견디게 귀엽다. 새들이 숨어서 예쁘게 노래한다. 숲이 달콤한 숨결을 내뿜기라도 한 것처럼 기분이 들떴다.
p.65
늦었구나, 당신들은. 책 속의 간절한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메아리치는 것만 같은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구나. 따뜻한 대기도, 푸른 나무도,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다 사라져 버렸다.
왜 막지 못했을까, 그들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다른 미래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이경은 알지 못했다. 돌이킬 힘이 있던 시간은 오래전 과거가 되어버렸기에, 그 실패의 아이들이 여기 있을 뿐이었다.
p.217
차가운 우주는 어떻게 생명의 온기를 만들어 냈을까.
내가 물으면, 그 애가 대답한다.
그건, 작은 사랑을 꿈꾸며 서로를 끌어당기기 시작한 우주의 멀지들 덕분이야,라고.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우리의 과거에 있다면, 부탁할게.
작은 것들이 온기를 나누려 서로를 끌어당기는,
이 애틋한 세계를 파괴하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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